'보고 싶은'마음, 공감합니다. - 안과 임현택 교수
유전 질환은 그 어떤 분야보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동시에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없이는 할 수 없는 분야이기도 하다. 길이 2.4cm, 무게 7g의 눈에 숨겨진 DNA의 비밀을 풀고 있는 안과 임현택 교수를 만났다."
3년 전, 알레르기 결막염 때문에 그에게 찾아온 5살 아이가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한쪽 시력은 정상, 다른 한쪽시력은 0.1도 안 되는 약시환자였다. 아이는 그때까지 자신의 시력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시력이 좋은 한쪽 눈만으로도 생활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질환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는 이제껏 한쪽 눈을 통해 본 세상이 세상 전부인 줄 알았다. 다행히 2년간의 치료 후 아이는 두 눈 모두 정상 시력을 회복하고, 진짜 세상을 만났다. 선천성 소아안질환자의 안타까운 단면이다.
대부분의 병은 인간의 DNA에서 시작된다.
아이들에게 밝은 세상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보람이고 행복이라 말하는 안과 임현택 교수. 그의 주 진료분야는 소아안질환, 시신경질환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그는 안유전질환 연구를 하고 있다. 2006년 캐나다 토론토대학(HSC) 소아안과로 연수를 갔던 그는 그곳에서 '인간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의 일부로 눈의 유전자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연수를 가기 전, 드물긴 했지만 무홍채증* 이나 선천성 고도근시* 같은 안유전질환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를 안고 희망을 찾아 부모들이 임 교수의 진료실 문을 두드리곤 했었다. 2, 3살도 채 안 된 어린 아기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사시나 눈 떨림, 백내장과 같은 각종 합병증으로 고생하는 모습이 그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저시력을 가지고 태어난 약시 아동들에게 좀 더 밝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그에게 안유전학 연구는 피할 수 없는 도전 과제였다. 그곳에서 유전질환연구에 대한 기초를 쌓고 한국으로 돌아온 임 교수는 2010년 국내 최초로 안유전학클리닉을 개설했다.
섬세함과 뚝심의 관계
현재 그는 선천성 고도근시 아동의 DNA 염기 서열 분석을 통해 고도근시 원인 유전자를 탐색 중이다. 원인 유전자 분석을 시작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원인 유전자를 찾는다 해도 치료방법을 개발해야 하는 과정이 남아있기 때문에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멀다. 안유전학을 연구하는 의사에겐 길이 2.4cm의 작은 눈 안에 있는 미세한 조직들을 다루는 섬세한 감각과 2.4cm 가 아닌 24km 너머의 희망을 볼 수 있는 뚝심과 근성이 동시에 필요하다. 그는 지금의 힘든 과정을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연구하고, 진단하고,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는 순간 아이는 밝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어요. 그 생각만으로도 저는 즐겁습니다. 어떤 일이든 즐거워야 계속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공감의 발견
임현택 교수는 클래식 음악 애호가다. 지금은 의사로서 이뤄야 할 목표가 확실하기 때문에 잠시 미뤄뒀지만, 의대 재학 시절부터 간직해 온 연주자와 지휘의 꿈은 여전히 그의 버킷리스트에 소중히 담겨있다. 특이한 점은 음악을 단순히 귀로만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곡 속에 숨어있는 작곡가와 연주자의 인생 속 만남과 사랑, 슬픔에 관한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찾아낸다. 그 음악에 완전히 '공감'하기 위해서다. 더욱 깊이 이해하기 위한 '공감'. 공감의 발견은 환자에게까지 이어진다. "희귀유전질환의 경우 정확한 진단명을 찾기까지 평균 9명의 의사를 거쳐야 한다는 말이 있어요. 그만큼 지치고 힘들었을 환자에겐 의사의 공감 어린 태도와 따뜻한 말 한마디도 치료가 아닐까요?" 희귀질환자만이 아니라
우리 병원에 오는 환자들은 질환이 너무 중하다거나 호전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 어려움을 알기에 하루 진료 정원을 넘겨도 자신을 찾아온 환자를 쉽게 돌려보내지 못한다. 게다가 검사가 많은 안과의 특성상 잦은 이동과 긴 대기시간에 지친 환자를 위해 직접 예진방으로 환자를 찾아가 진료하기도 한다. 그 작은 배려에도 환자의 고민을 공유하고, 환자의 불편을 조금이라도 줄여주려는 그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의 공감능력은 그와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발휘된다. 올해 초, 안과장이 된 그는 안과 전직원들과 일대일 상담을 하며 그들의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 직접 뛰어다녔다. 지금도 평소엔 대화를 나눌 기회가 적은 직원을 만나기 위해 정기적으로 라운딩을 돈다. 안과에서 만난 직원들은 한결같이 밝은 얼굴로 그에 대해 말했다. '임현택 교수님은 모두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임현택 교수는 상담 중엔 꼭 상대방의 눈을 마주 보고 이야기에 집중한다고 한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하지 않던가. 임현택 교수가 사람의 이야기에 이처럼 뛰어날 수 있는 것은 눈이란 창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