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공지
| 제목 : ‘Mental CP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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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25.10.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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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병동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병동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비교적 사실적으로 다루어 많은 이들에게 인상 깊게 다가왔다. 실제 응급실에서도 정신과 환자들은 흔히 마주하는 환자군이다. 정신과적 증상으로 직접 내원하기도 하고, 다른 질환으로 왔다가 기존의 정신과적 진단 이력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기도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우리나라의 우울증 경험률이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는 대한신경과학회 통계만 보더라도 정신건강 문제는 우리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응급실에 내원하는 정신과 환자는 단순한 우울감과는 거리가 있다. 정신과 질환에는 우울증 외에도 수많은 종류가 있으며 즉각적인 개입이 필요한 ‘응급’ 상황도 있다. 정신과적 응급 상황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자·타해 위험 자살하거나 이를 계획 또는 시도한 경우, 타인에 대한 구체적인 위해 의사를 표출하는 경우다. 약물이나 날카로운 물건처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곁에 있다면 더욱 위험하다. 
 2. 극도의 초조·격앙 고함을 지르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하고 파괴적인 모습을 보이며 통제가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이때는 비난이나 강압보다는 침착하게 진정시키는 접근이 우선이며, 필요하다면 약물적 중재가 뒤따른다. 
 3. 현실 검증력 저하 명령형 환청에 시달리거나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기본적인 식사, 위생, 수면조차 유지하지 못한다면 응급 상황으로 간주한다. 
 4. 섬망(급성 착란) 갑자기 말과 행동이 오락가락하고 시간과 장소를 구분하지 못하며 의식이 흐려지는 경우다. 이는 대개 신체 질환에서 비롯되므로 정신과보다 앞서 의학적 응급으로 다뤄야 한다. 
 5. 중독·금단 알코올 금단으로 인한 섬망이나 약물 중독으로 인한 환각, 환청 등이 대표적이다. 빠른 치료 개입이 필요하다. 
 6. 급성 기분장애 극심한 우울로 인해 말을 거의 하지 못하거나 며칠 동안 먹지 않아 탈수가 우려되는 경우, 혹은 자율신경 불안정과 함께 나타나는 카타토니아 같은 상태가 이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신호가 보인다면 주저하지 말고 119나 112에 연락하거나 가까운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 자살예방 상담전화는 현재 109로 통합 운영되고 있다. 만약 상황이 긴박하다면 상담전화보다는 곧바로 응급실로 내원하는 것이 안전하다. 정신과적 응급 상황에서는 신속한 약물 조절과 전문적 처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응급실로 향하기 전에 보호자나 동반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 우선 환자를 혼자 두지 않고 함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논쟁하거나 비난하기보다는 차분한 목소리로 ‘지금 곁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환자가 스스로 해칠 생각이 있는지,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지 직접 묻는 것이 오히려 안전하다. 주변에 날카로운 물건이나 약 등 위험한 물건이 있다면 치워야 하고 이동할 땐 119 구급대와 함께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끝으로 복용 중인 약, 알레르기, 과거 병력 등을 메모해 가져가면 의료진이 초기 평가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정신과적 응급 상황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순간이기 때문에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기억해야 할 것은 간단하다. 위험을 확인(Check)하고 안전을 확보(Protect)하며, 적절한 도움으로 연결(Refer)하는 것이다. 첫 글자를 떼어 연결해 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가 만들어진다. 바로 ‘Mental CPR’이다. 정신과적 응급 상황에서는 환자가 적절한 조치를 받도록 늦지 않게 연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연결이 곧 생명을 지키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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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급간호팀 ──────────────────────────────────────────── 응급간호팀 김윤섭 간호사는 2019년부터 응급실에서 근무하며 위급한 순간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는 주변 사람들의 빠른 대처가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뉴스룸 칼럼을 통해 누구나 긴급할 때 올바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기억에 남는 환자 이야기와 함께 응급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전할 예정입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