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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환아의 불안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어린이병원 진정치료실
등록일 : 2025.09.18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진정치료실을 방문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검사를 위해 정맥주사 확보가 필요하다. 협조가 어려운 소아 환자 특성 상 정맥주사 확보는 쉽지 않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 번은 꼭 아이를 꽉 붙잡아야 하고 아프게 해야 한다. 아이와 동행한 보호자의 마음도 편치 않다. 그래서 가능하면 ‘한 번 만! 아프게 않게!’를 주문처럼 외우며 정맥주사 확보를 시도한다.

 

환아 연령 마다 접근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2~3살 아이는 “손에 지지 묻었네”라고 하면 손을 볼 수 있게 내어준다. 그러면 “지지 닦아줄게” 하면서 알코올 솜으로 쓱쓱 닦아낸 뒤, “어머! 모기가 엥엥 하네 모기가 물었나봐. 모기가 물어서 아프겠다. 아프지 않게 밴드 붙여야겠네”라고 쉼없이 말한다. 이 연령대 아이들에게는 ‘지지’와 ‘모기’가 제법 통하는 말인 듯 하다. 어떤 아이는 나의 하얀 거짓말을 들으며 모기가 문 자리에 밴드를 붙여준 거라고 생각하고 울지 않는다.

 

어린이병원에서 주사 부위를 고정하는 방수 밴드에는 곰돌이 그림이 그려져 있고 피부 보호를 위한 폭신이(foam silicone) 제품을 적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루는 정맥주사 확보 후 고정하면서 한 보호자가 “우와! 여기 곰돌이가 있어”라며 우는 환아에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곰돌이를 폭신이로 덮어 보이지 않게 하자 보호자는 아이에게 “곰돌이가 이불 덮었어”라고 말해주자 금세 울음을 멈추기도 한다. 그 이후 나는 아이들에게 “곰돌이가 있는데 이불도 덮어야지”라고 이야기 한다. 아이가 곰돌이와 이불 이야기에 빠져 조금이라도 아픔을 잊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5살을 넘어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더 이상 ‘지지’나 ‘모기’는 통하지 않고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 나는 보호자가 아이에게 잠시 검사 준비를 위한 사전 설명을 할 수 있게 시간을 준다. 그러면 좀 전까지 협조가 되던 아이들이 이 때부터 울기 시작하고 집에 가겠다고 떼를 쓴다. 반면 너무 의젓하게 ‘형아라서’, ‘언니라서’ 참고 잘할 수 있다고 말하는 아이도 있다. 이때 나는 “안 아파”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주사는 아프니까. 대신 ‘우리가 한번은 꼭 해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해준다. 지금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오늘 힘들었던 기억 속에서 ‘이겨냈다’는 사실을 새겼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어느 날 5살 환아의 혈관 확보가 쉽지 않았을 때, 옆에 있던 소아진정전담팀 선생님이 “이건 하츄핑인가? 하츄핑 좋아해?”하며 말을 건낸 적이 있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인 후 조잘조잘 ~핑, ~핑 캐릭터 이야기를 이어갔다. 두 번째 시도에서 주사는 다행히 성공했다. 눈물 범벅인 아이에게 “오늘 검사 끝나고 뭐해?”라고 묻자 아이는 눈물을 닦으며 “물고기 보러 가요! 인어공주도 있대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동료 선생님이 힘들었을 아이와 공감하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을 나눠주던 그날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아이에게는 주사 맞던 힘든 기억보단 간호사 선생님에게 하츄핑을 설명해주고 아쿠아리움에 갈 수 있던 따뜻한 시간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런 훈훈한 순간에도 속으로는 ‘진정치료 후엔 하루정도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집에서 안전하게 쉬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난감했다.

 

MBTI의 ‘대문자 T’ 같은 내 자신이 잠시 부끄러워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동료 선생님에게서 아이에게 주사 맞는 순간의 두려움과 아픈 기억을 희석시키는 노하우를 얻었다. 나는 늘 지금처럼 아이들이 진정 치료 중 경험하는 아픔을 이겨낼 수 있게 돕고 ‘건강히 성장할 수 있게’ 지원하고 싶다. 서울아산병원 진정치료실 운영 6개월, 20년 넘는 간호 경험을 가진 나 역시 아이들과 보호자와 함께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 이 공간이 앞으로도 방문하는 모든 연령의 환아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언제나 곁에서 아이를 지켜주는 보호자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늘 이해와 배려로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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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병원간호팀

박정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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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간호사는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간호팀에서 소아환자안전 전담간호사로 근무하며 소아환자의 진정치료를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어린 환자들이 치료 과정에서 겪는 불안과 두려움을 최소화하고,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세심한 돌봄을 제공합니다. 뉴스룸 칼럼을 통해 소아환자안전 전담간호사의 역할을 소개하고, 보다 많은 아이들이 두려움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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