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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출입제한구역을 넘으며 _ '이 땅에 태어나서' 독후감 대회 수상작
등록일 : 2021.04.15

 

  [사진] 사진 왼쪽부터 이민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금상), 홍성준 강원 횡성군 민족사관고등학교 3학년 학생(대상),

   이현 울산 울주군 범서고등학교 2학년 학생(금상),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이 땅에 태어나서' 독후감 대회 금상 수상작

 
출입제한구역을 넘으며_응급간호팀 이민주 간호사

 

 아산 정주영 설립자 20주기를 맞아 개최한 ‘이 땅에 태어나서’ 독후감 대회에서 우리 병원 응급 간호팀 이민주 대리가 금상을 받았다. 코로나19 최전선 중 한 곳인 155병동에서 일하고 있는 이 대리는 설립자의 자서전을 읽고 되새겨본 의료진의 소명을 독후감에 담았다. 이민주 간호사의 글을 소개한다.

 

 “이제 저희가 봐 드릴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옆에 있어 드릴게요.” 소리 없 는 앰뷸런스의 환한 불빛 아래에서 산소호흡기를 낀 환자를 음압이 유지되는 이동용 침대로 옮 기며 손을 한번 잡아드린다. 매서운 겨울바람과 양압을 유지시켜주는 호흡 보조장치의 바람이 보호장구 속 얇은 수술복을 입은 나를 에워싸지만, 행여 환자분이 추울까 담요를 목 끝까지 여 며드린다. 음압 이송장치의 지퍼를 닫고 주변을 재차 확인한 뒤, 지금부터는 오롯이 나만의 시 간이다. 같이 내려간 동료와 함께 상태를 살피며 미리 통제한 동선을 따라 침대를 끈다. ‘출입제 한 구역’의 철문을 넘고 환자가 병실에 도착하면 추위에 언 손과 얼굴, 등에 흐르는 땀을 느낀 다. 레벨디 방호상태를 갖추지 않은 그 누구도 이 구역에는 들어올 수 없다.

 

 종양내과 간호사로 10년 동안 경험한 수많은 생과 사의 갈림길은 나에게 ‘살아가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후회와 눈물, 용서와 포용, 감사와 사랑, 인생의 희로애락을 지켜 보며 가졌던 삶에 대한 자세는 ‘후회가 남지 않도록 매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 하는 것’이었다. 노력하여 얻어지는 것이 있다면 보람이 있을 것이고, 노력했음에도 실패를 하 게 된다면 과정을 통해 배우는 것이 생기고 추후 발판이 될 것이라는 마음이었다. 모두가 염려 하는 코로나 확진 병동의 간호업무를 지원하면서 결심을 굳히게 된 계기는 ‘사람’이었다. 도움 이 필요한 모든 사람이 보였다. 곁에서 자신을 봐줄 사람이 필요한 환자, 그 환자를 볼 의료인력 이 필요한 병원, 그 병원을 도와주려 힘을 다하고 있는 지자체, 지자체를 지지하고 지원하는 국 가. 나는 비록 국민의 한 사람에 불과했지만 조금이나마 의료지식이 있는 간호사였고, 나의 작 은 힘이 한 사람에게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손을 들었다. “제가 가도 될까요?” 서울 아산병원이 코로나 확진자 전담 병동을 연 2020년 9월, 나는 출입제한 구역을 넘었다.

 

 정주영 회장님의 ‘이 땅 에 태어나서’ 책은 낯선 책이 아니다. 병동 내 서고 에 항상 비치되어 있었고, 서울아산병원에 입사하던 날 교육 담당 선생님으로부 터 선물 받았던 책이었다. 1판 중쇄가 발행되었을 때 병 원에서도 직원들에게 선물하였다. 자연히 2번의 독서를 하였고 이번 시간 을 통해 한번 더 읽어볼 수 있었다. 여러 번 책을 읽었는데, 느낀 생각과 감정은 모두 다르다. 아무것도 모르던 신입 간호사 시절에는 여러 번 실패하고도 다시 일어나 목표를 이루는 정주영 회장님의 모습을 보며 용기를 얻고 꿈을 키울 수 있었고, 7년차 간호사를 지나며 업무에 익숙해지고 후배 간호사들을 교육하며 자만심이 고개를 들 때에는 한 순간의 성공에만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발전을 계획 하고 목표를 이루는 내용에 나를 돌아보고 미래를 위한 마음을 다잡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설립하셨던 병원에서 내가 받았던 마음과 감사를 나누고자 한다.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정주영 회장님의 토대는 ‘신뢰’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 판 돈 70원을 들고 가출한 청년이 자전거에서 수십 번 넘어지며 시작했던 쌀집 배달부터 1998년 500마리의 소를 싣고 판문점을 넘기까지의 과정은 믿음을 기반으로 이뤄낸 성과였다. 특히 태국의 고속도 로 공사와 경부고속도로의 완공, 100% 국내기술로 만들어진 ‘포니’자동차, 조선소를 지을 백 사장 사진으로 선박을 계약하고 차관을 얻어 배를 건설하는 것과 동시에 조선소를 건립한 이야 기에서는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에 감탄하면서 무엇보다 약속을 지키려는 굳건한 심지가 녹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얻어진 신뢰는 기업의 초석이 되었고, 후에 중동에서의 주베 일산업항 공사로 이어졌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종종 연락이 닿는 보호자분이 있다. 폐암 말기로 남은 생이 많지 않 았던 환자는 남겨질 가족들 걱정과 가족을 돌보지 못한다는 자책감에 극한의 통증을 참아가며 의식을 놓지 않으려 했고, 의료진이 권고하는 진통제조차 거부했다. 나는 시간을 할애해 환자 분의 이야기를 들어드렸고, 보호자분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편안한 임종 과정을 격려하였다. 돌아가시기 전날, 근무가 끝나는 나를 붙잡고 아득해져 가는 의식에 간신히 호흡을 모아 “내일 도 기다릴게요”라고 말씀하신 모습을 뒤로, 나는 다음 날 새벽 ‘고생하셨다’라는 말과 한번 더 잡아드린 손길을 따라 보내 드렸다. “어제 가시고 난 순간부터 기다리셨어요. 오늘도 선생님 오 시기를 기다리신 것 같아요. 선생님을 뵙고 싶어 했는데, 그래도 뵙고 가시네요.”

 

 때때로 환자를 돌보며 벅찰 때가 있다. 나에게 주어진 자원과 시간에는 한계가 있는데, 도 움이 필요한 환자들이 더 많을 때가 있다. 하지만 맡은 바 일을 끝내는 것에 책임을 갖는 것은 의무라고 생각한다. 많은 간호사들이 “어떠한 간호사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환 자에게 신뢰받는 간호사” 혹은 “환자들이 나를 믿고 몸과 마음을 맡길 수 있는 간호사”라고 말 한다. 나 역시도 정직을 기반으로 신뢰할 수 있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 ‘담당 간호사 이민주’라 는 표지판이 붙으면 환자들도 ‘오늘 나를 잘 돌보아 주시겠구나…’라고 생각하고, 동료 의료진 들도 ‘선생님이 있어 근무가 잘 될 것 같아’라고 이야기하였으면 좋겠다. 모두가 인정하는‘현 대’라는 신뢰의 바탕이 한 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듯 나 역시도 노력과 발전으로 미래를 향 한 믿음을 쌓아가고 싶다.

 

 중학생 때까지 자라고 큰 고향 가까이에 서산농장이 위치해 있다. 어릴 적 벚꽃이 필 때 면 흐드러지는 벚꽃나무 아래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으레 서산 간척공사와 500마리 농 장의 소를 이끌고 판문점을 넘어 북을 방문한 이야기를 들었다. 정주영 회장님은 이 책에서 강 인한 정신과 토지에 대한 애정을 보인 아버님께 바치는 존경의 헌납품이라고 회고하였다. 이에 덧붙여 나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마음의 방향이었다는 것에 더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일제 강 점기와 남북의 분단, 6·25 전쟁과 격동의 발전기를 지나며 해외 여러 나라의 모습을 보고 경 험한 뒤, 조국의 상황을 안타까워하신 그 마음이 국토의 확장과 식량의 자급자족을 위한 도움 으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고생하셨던 모두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자신의 아버지로 표현하였 다고도 느낀다. 기업이 성장하기까지 필요했던 개개인의 노력과 희생을 겸허히 생각하고 숭고 하게 생각하신 자세를 사회 환원과 공적인 나눔으로 표현하신 것이라고 여긴다.

 

 ‘나는 일생을 의롭게 살며, 전문간호직에 최선을 다할 것을 하느님과 여러분 앞에 선서합니다.’ 나이팅게일 선서문 제일 첫 줄의 내용이다. 학생 시절 촛불 아래 읊조리던 다짐은 11년차 간 호사가 된 지금, 더 강력하게 다가온다. 이 일을 통하여 나는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살필 수 있 고, 나의 도움으로 누군가는 희망을 찾고 일상으로의 복귀를 꿈꾼다. 애국애족을 이야기하며 ‘사 람은 의식주를 얼마나 잘 갖추고 얼마나 잘 누리고 사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한 테 얼마나 좋은 영향을 끼치면서 사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씀하신 내용을 보고 나의 직업에 더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다. 비록 보상과 응원을 바라고자 간 자리는 아니었지만 나로 인 하여 지역사회의 울타리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환자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뜨겁고 감사하다

 

 4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으며 들었던 느낌은 ‘한 사람이 평생 한 가지의 목표를 달성 하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여러 상황을 동시에 헤쳐 나가며 업적을 이룰 수 있었을까?’라는 것 이었다. 그리고 ‘행복해질 수 있는 조건’을 읽으며 ‘사람’이 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 ‘이해가 깊은 사람’, ‘생각하는 사람’, ‘뜻이 강하고 굳은 사람’, ‘좌절하지 않는 사람’에게 기회가 열려있다고 하였지만, 나는 그저 ‘사람’이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로 인해 누군가는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사람’의 자세가 앞에 나열한 자격을 갖출 수 있도록 불도저처럼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준다고 믿는다.

 

 얼마 전 같은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의 하루를 다룬 영상이 제작되었다. 그 영상에 서 한 간호사의 부모님은 “이전에는 큰 병원에서 일하는 자랑스러운 딸이라고 생각하였다면 지 금은 나라를 위해 일하는 자랑스러운 딸”이라고 말씀하신다고 한다. 나도 그렇다. ‘누군가는 해 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코로나 확진자 병동의 간호업무를 선택하였지만 그 누군가가 엄마, 아빠의 딸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부모님께 두 달 간 말씀드리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 로 죄송할 부분이다.

 

 양압을 유지시켜 호흡을 도와주는 기계를 허리에 달고 호스를 연결하여 후두에 고정하면 목을 잘 움직일 수가 없다. 방호복이 걸려 찢어질세라 서로 조심조심 걸어 다니고 혹여 장갑 사 이 틈이라도 생길까 봐 틈새마다 청테이프로 동여매면 손목은 고정상태, 이중장갑에 멸균장갑 을 더 착용하고 처치를 제공할 때는 촉감이라고는 없는 손끝에 온 신경을 끌어모은다. 그럼에 도 우리가 지체 없이 손을 들고 방호복을 입는 이유는 그저 격리구역 저 안에 도움이 필요한 ‘사 람’이 있어 가는 것일 뿐이다. 그들도 한 명의 ‘사람’일 뿐 영웅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출입제한 구역’을 넘는다

 

 < 수상 소감 >

  “우린 항상 빛나고 있다.” 격리병동의 간호사실에 들어서면 언제나 저를 위로하는 말입니다. ‘이 땅에 태어나서’를 읽고 쓴 이 독후감은 저만의 글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의 최전선 에 같이 뛰어들고, 저마다의 빛으로 소명을 다하고 있는 의료진 및 병원 관계자분들, 직원 모두 의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작은 빛을 보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예상치 못한 큰 상을 받게 되어 부끄럽습니다. 다시금 힘을 내라는 격려의 의미로 새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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