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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환자 마음을 보듬는 간호_외과간호1팀 이예인 사원
등록일 : 2024.01.12

환자 마음을 보듬는 간호

서울아산병원 외과간호1팀 이예인 사원

 

환자 마음을 보듬는 간호 이미지

 

시골에서 혼자 생활하던 김정옥(가명, 80세) 님은 급성 췌장염으로 인한 패혈증 쇼크로 응급실을 통해 우리 병동으로 왔다. 할머니는 구급차, 응급실, 그리고 이곳에 오기까지 얼마나 낯선 환경과 사람들을 거쳐 왔을까. 할머니가 눈을 떴을 때 마주한 곳은 바쁘게 뛰어다니는 의료진, 코에 붙어 있는 고유량 비강 캐뉼러, 몸에 달린 고위험 약물, 기계 알람 소리로 가득했을 것이다.

 

며칠 뒤, 나는 욕창을 예방하기 위해 할머니의 피부 상태를 확인하고 체위 변경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할머니는 “이제 그만하면 안 될까? 이렇게 남들 고생시킬 바에는 그냥 죽어야지…”라고 나지막이 말하더니 눈을 감았다. 보호자인 딸은 “엄마랑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상한 소리는 왜 해! 다 괜찮아질 거야”라며 울었다. 그동안 의료진의 손길에 일일이 고맙다며 힘을 내던 할머니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예전에는 체위 변경을 할 때 간호사들이 힘들다며 자신의 힘으로 엉덩이를 들어주었지만 이날은 힘없이 누워만 있다가 아예 고개를 반대로 돌려버렸다.

 

치료를 통해 할머니의 몸 상태는 확실히 나아지고 있었다. 몸에서 하나둘씩 사라지는 기계들이 그 증거였다. 하지만 할머니의 기분은 전혀 나아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돌린 할머니의 모습이 계속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래서 딸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누워서 천장만 보고 있으면 지루하지 않으세요? 제가 재미있는 얘기 해드릴게요~”라고 말을 건넸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안 지루해. 괜찮아” 뿐이었다. 할머니에게 병원 생활은 너무나 낯설고 불편한 상황의 연속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을 할머니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드리고 싶었다.

 

할머니는 환자이기 전에 어떤 분이었을까 생각해보았다. 퇴원 이후에 다시 집에 돌아가면 무슨 일을 가장 먼저 하고 싶은지 천천히 생각해 보시라고 했다. 처음에는 “몰라”라며 고개를 돌리셨지만, 할머니의 두 손을 잡고 예전의 삶에 대해 이것저것 여쭤보니 점차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다 신이 났는지 활짝 웃으며 손주가 해외에서 유학 중이라며 먼저 자랑을 하기도 했다. 병원에 오기 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떠올리고 이야기하며 활력을 되찾아가는 모습이었다. 입원 중에 처음으로 보여주신 미소였다.

 

그날 이후 할머니는 더욱 열심히 치료를 받았고 몸에 붙어있던 것들도 모두 뗐다. 휠체어를 타고 돌아다니는 할머니에게 나는 먼저 인사를 건넸고 할머니는 웃음으로 답해주었다. 퇴원하는 날에는 내 손을 잡고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어. 정말 고마워. 복 받을 거야”라며 밝은 모습으로 떠났다.

 

할머니와의 만남을 통해 어떤 간호를 하고 싶은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환자의 모습 이전에 한 사람이 있고, 그 한 사람의 치료 의지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간호를 하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앞으로도 그런 간호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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